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.
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
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.
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 내고
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
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 두어야겠다.
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.
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적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 속에 흩날리듯
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.
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
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
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
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
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
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
첫눈이 내리기 전에
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.
하얀평화가 내리는 들판에서
새봄을 기다리는
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.
겨울의 춤 - 곽재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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