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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沙平驛 에서 / 곽재구

아델56 2008. 3. 25. 21:13





        沙平驛 에서 /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. ( 중앙일보. 1981) 곽재구 시인은 1954년 광주 출생 숭실대학교.대학원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'사평역에서' 당선 등단 순천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 문예창작학과 조교수 1986년 계간지 시와 사람 편집위원 1996년 제9회 동서문학상 수상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사평역에서 당선 대표작 : 삶을 흔들게 하는 것들,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, 참 맑은 물살 시 사평역에서,의 원래 모델은 남광주역입니다 시에 나타난 풍경들도 남광주역의 풍경이지요 시를 다 쓰고 나서 제목을 붙이는데 남광주역이라고 붙일 경우 너무 사실적이어서 환기력이 약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역이름을 찾아야했는데 그때 찾은 이름이 사평이었습니다 사평이라는 지명은 강이 있고 모래가 좋은 곳에 붙이는 지명인데 우리나라에 이 지명이 꽤 많이 있습니다 평사리 또한 사평과 같은 내력을 지닌 지명이라 할 수 있지요 가장 한국적인 냄새가 나면서도 시적인 여운이 있는 지명(그걸면서도 기차역이 없는)을 찾다보니 사평역이라는 이름을 찾게 되었지요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두루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곽재구 드림 * 기차는 8시에 떠나네 / Agnes Baltsa
출처 : 제주북초등학교58회동창회
글쓴이 : 엘리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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